영화 <3000년의 기다림> (2) 해석과 후기

목차

1. 영화 해석과 후기
2. 끝맺음

 

영화 해석과 후기

  지난 포스팅에 이어 이번 포스팅에서는 영화 <3000년의 기다림 (Three thousand years of longing)(2023)>의 개인적인 후기를 정리하겠습니다. 이 영화는 과학과 신화, 기술과 마법, 불멸과 필멸, 사랑과 욕망 등 다양한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하는 재미가 있습니다.

 

  종전의 주인들과는 다르게, Alithea는 쉽사리 소원을 빌지 않습니다. "사람은 원하는 게 다 같지 않아요. 나는 필요한 것들을 다 가진 나이예요. 만족스럽고 감사한 인생을 살고 있죠."

 

  주인이 누가 되든 세 가지 소원을 이루어주어야 병으로부터의 속박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는 Djinn은 어떻게든 새로운 주인인 Alithea로부터 세 가지 소원을 알아내려 합니다. 갈망이 없는 자와 갈망하는 자의 대립. 이전의 주인들(공교롭게도 모두 여성)과는 다른 타입의 Alithea를 설득하려 Djinn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.

 

  3000년 전 자유로웠던 Djinn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는 Sheba 여왕의 갈망 때문에 병에 갇혀 2500년을 죽음과도 같은 상태로 보냅니다. Mustafa 황자를 짝사랑하던 노예 Gülten에 의해 우연히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자 Djinn은 Gülten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고 다시 자유로워지고자 합니다. 그러나 순수한 사랑에서 시작한 그녀의 소원은 점차 욕망으로 물들어가고, Djinn의 안타까운 경고에도 불구하고 결국 세 번째 소원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. 오랜 배회 끝에 다시 병에 갇힌 Djinn을 다시 꺼내어 준 것은 갇혀 사는 천재 여인 Zefir였습니다. Djinn은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가 갈망하던 과학적 지식을 마법으로 완성시켜 줍니다. 하지만 이번에도 또다시 병에 갇혀버리고, Alithea를 만나기까지 긴 기다림 속에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.

 

  Djinn의 이야기 속 공간은 화려함의 극치입니다. 생경한 고대 오스만 제국의 건축과 의상, 소품들이 비비드한 색감으로 각자 빛나고 있습니다. 마치 최신 TV 광고를 보듯 영화의 미술적 장치가 주는 아름다움을 넋 놓고 감상할 때쯤, 영화는 Alithea가 Djinn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는 현실 속 단조로운 호텔방으로 돌아옵니다. 화려함과 단순함의 대비가 주는 간극이 꽤나 커서, 이 영화가 얼마나 미술에 공을 들였는지 알아보기 쉬울 것입니다.

 

  인간은 고독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며 살아갑니다. 그러나 이 영화는 그저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. 전 남편의 부정으로 사랑의 영속성을 믿지 못하던 Alithea가 Djinn의 3000년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나서 꺼낸 첫 번째 소원은 불멸의 존재인 Djinn에게 자신을 사랑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. 변해버린 사랑에 지쳐버렸지만, 반면 변하지 않는 사랑을 원했던 Alithea의 이면적 마음이었으리라 짐작합니다. 불멸의 존재인 Djinn이 들려준 3000년 간 사랑해 온 이야기들은 필멸의 존재인 Alithea에게 이별의 아픔이 없는 사랑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지 않았을까요? 뒤이어 사랑하는 Djinn을 살리기 위해, 그리고 그의 행복을 바라며 두 번째 및 세 번째 소원을 각각 사용하고 나서야 비로소 Alithea는 깨달은 듯합니다. 고독은 인간에게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근원적 감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. 결국 스스로의 갈망(사랑의 영속성)과 현실(인간의 근원적 고독) 사이에 균형을 찾은 Alithea는 작 중 가장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올 Djinn을 기다립니다. 

 

끝맺음

• Original Soundtrack: 개인적으로 Solomon이 연주한 Djinn Theme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. 아름다운 선율에 실린 처연함이 매력적입니다. Mustafa 황자 역의 Matteo Bocelli가 음악 작업에 참여하였습니다.
• Alithea는 Zefir의 환생일까요?  한 줄 한 줄 왼손 검지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책을 읽고 동시에 다리를 떠는 습관이 Alithea와 Zefir가 겹쳐 보이게 했습니다. Alithea의 유년시절 상상 속 친구 엔조가 전생인 Zefir일 때의 Djinn에 대한 기억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 해석도 해 보았습니다.